전통시장 종합 매거진 Vol.186

29 첫 방문지는 못골시장. 작고 좁은 골목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 냄새와 삶의 온기가 가득 하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제법 활기를 띠고 있었고 먹거리 특화 시장답게 구석구석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이 이어졌다. 대형마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식재료 들이 즐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골목을 누볐다. 막 손질된 듯한 닭발, 처음 보는 생약 재, 그리고 다채로운 반찬 가게들은 자취생들에게 더없이 실속 있는 코스였다. 시장 입구에서는 전통과자가 가장 먼저 시선을 붙잡았다. 그중에서도 ‘아리곳간’의 수제 오란다는 단연 인기. 사장님이 직접 만든다는 이 오란다는 고소한 풍미에 은은한 단맛, 그리고 씹을수록 살아나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시장 간식이 왜 특별한지 한 봉지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정감 가득한 하루의 시작 못골시장 도너츠에 담긴 시간의 맛 미나리광시장 두 번째로 향한 곳은 못골시장 바로 옆에 자리한 미나리광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간판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추억의 도너츠’. 60년 전통이라는 문구와 도너 츠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긴 줄에서 이곳이 진짜라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아리곳간의 오란다 한 봉지 여운이 가시지 않았지만 갓 튀겨낸 도너츠의 고소 한 향 앞에서 또다시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설탕물 로 반짝이듯 코팅된 ‘도너츠 맛탕’.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한 식감에 설탕과 계피가 어 우러진 풍미는 마치 할머니가 사 주시던 어린 시절의 간식 같았다. 이 한 봉지에 담긴 건 단순한 맛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추억이자 시간의 온기였 다. 도너츠가 왜 시장 간식의 ‘원탑’인지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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