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2020년 시장지181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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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시장이야기                                                                                                                                                                                08 + 09
               발견

                                                                                                                                      제작진이 촬영은 기피하지만
               글 | KBS [6시 내고향] 前 장터담당 김고운 작가

                                                                                                                                      전통시장의 소울푸드 ‘국밥·족발·떡’ 이야기
               시장 작가와 함께하는



               전통시장 탐방기                                                                                                               5년 동안 전통시장 300여 곳을 누비며 참으로 많은 점포들을 취재했지만 방송 제작팀이 촬영을 기피하는 메뉴들
                                                                                                                                      이 있다! 첫 번째가 국밥, 두 번째가 족발, 세 번째가 바로 떡이다! 이유는 단 하나, 전국 전통시장에 국밥, 족발,
                                                                                                                                      떡 없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웬만해선 국밥은 3대가 하거나 7자매가 있다거나 해야 촬영 가능했고 족발은 산양
               전통시장의 맛                                                                                                                삼이나 들어가야 촬영 오케이~! 떡도 시루떡, 송편, 절편 등은 제외하고 직접 개발한 떡이 특별해야 촬영 가능한

                                                                             봉평전통시장 메밀찐빵                                              메뉴였다.
                                                                                                                                      그래서 늘 제작진에게 찬밥 아이템이었던 국밥·족발·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요즘처럼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 생각나는 전통시
               장의 맛이 있다.
               바로 커다란 찜기에서 갓 쪄낸 따끈한 찐빵! 찐빵
               하나만으로 찐빵로드를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전                                                                                             1. 한국인의 소울 푸드, 국밥이여 영원하라~!
               국 팔도엔 지역의 색을 담은 수많은 찐빵들이 존
                                                                                                                                      제작진 기피 메뉴 1호 국밥, 우리나라 전통시장 어디든
               재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직접 가서 맛보는 것
                                                                                                                                      기본 30년 이상 된 국밥가게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을
               이 힘들어 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찐빵은 정말
                                                                                                                                      정도로 국밥가게는 흔하다. 추운 날씨엔 속을 따뜻하
               다행이다, 택배가 가능하니 말이다. 전국의 시장
                                                                                                                                      게 해주고 더운 날엔 이열치열 보양식으로도 통한다.
               을 다니며 맛본 찐빵 중에 가장 생각이 나는 찐빵                                    강화풍물시장 쑥찐빵
                                                                                                                                      전통시장에서 국밥의 존재가 특별한 것은 대한민국의
               3가지를 찾아보았다. 재택근무로 지친 이들에게
                                                                                                                                      배고픈 역사에서 시작하기 때문인데, 대부분 오래된
               꼭 한 번 추천하고 싶다. 참, 붕어빵엔 붕어가 들
                                                                                                                                      국밥 점포들은 가게가 없던 시절부터 1세대 상인들이
               어있지 않지만 메밀찐빵엔 메밀, 쑥찐빵엔 쑥, 오
                                                                                                                                      난장에 솥을 걸고 장사를 한 것을 토대로 지금에 이른
               징어찐빵엔 오징어가 들어있다는 건 안 비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밥은 여전히 가장 저렴하고
                                                                                                                                      든든한 한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소

                                                                                                                                      울푸드가 아닐까 싶다.
                                                                                                                                      2015년 겨울, 시장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 부산이 고
                                                                                                                                      향인 나는 돼지국밥을 많이 접해왔다. 그래서 우리나                    이밖에도 소의 가죽에서 다시 한 번 살점을 벗겨내 국
                                                                            속초관광수산시장 오징어빵                                             라에 돼지국밥 아닌 순대국밥 가게가 이렇게 많은 줄                    으로 끓여낸 경상북도의 수구레국밥이 기억에 남아있

                                                                                                                                      은 상상도 못했다. 특히 순대를 직접 만드는 가게들도                   다. 내 입맛엔 맞지 않았지만 현풍도깨비시장을 촬영
                                                                                                                                      어찌나 많은지~ 그 힘든 노동을 옛 방식 그대로 이어가                  했던 날, 수구레국밥 골목엔 추억의 맛을 찾아 온 손님
                                                                                                                                      며 고단한 장사를 하고 있었기에 더욱 존경스러웠다.                    들이 가득했다. 고깃국 먹기 힘들던 시절 그 맛을 잊지
                                                                                                                                      순대국밥도 다같은 순대국밥이 아니었다. 특히 시골장                    못해 다시 이곳을 찾아 온 손님들...

                                                                                                                                      이 서는 시장일수록 두툼한 막창에 선지를 듬뿍 넣어                    그 모든 국밥 한 그릇엔 우리나라의 아버지, 어머니,
                                                                                                                                      판매하는 막창순대가 많은데 그 팔뚝 굵기의 순대를                     할아버지, 할머니의 추억과 가난했던 대한민국의 역사
                                                                                                                                      처음 본 사람이라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 오롯이 담겨있음을 알게 된 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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