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2020년 시장지181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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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인
시장
상인 애장품展 86 + 87
이야기
애 展 품 장
“나한테는 돈 보다 더 귀중한 거야.”
경주성동시장 보배김밥 대표
겉보기에 평범한 ‘기름 솔’이 김효원 대표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녀석이다.
지금은 단종되어 구할 수도 없단다.
어머니 김효원 대표가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김 위에 올려 펴 바르고 갖은 재료를 올려 정성스레 말아낸다.
딸 권지민씨는 어머니에게 건네받은 김밥 위로 반들반들하게 기름칠하며 참기름 향을 입힌다.
기름옷을 입고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는 ‘기름 솔’이 고소한 냄새를 폴폴 풍기며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명절이면 항상 바쁘게 돌아가던 녀석이에요.”
서울영등포전통시장 김태원 대표
명절이면 식혜를 만들기 위해 잘 마른 엿기름을 맷돌에 넣고 손수 곱게 갈아냈다. 부모님 때부터 사용하던 맷돌이 이
제는 김태원 대표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충주상회의 역사를 품은 진짜 산증인인 셈이다.
둥글넓적한 돌이 부지런히도 돌아가며 제 할 일을 끝마쳤다. 지금은 세월의 뒤안길로 밀려나 충주상회 한편에 자리
하고 있지만, 손님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엄마 손 잡고 따라 나온 아이를 멈춰 세우는가 하면, ‘이거 아직도 돌아가
나요?’ 하며 관심 보이는 손님이 많다고. 엿기름을 갈던 맷돌이 세월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이제는 재미난 이야기
보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