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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그 장터에 무엇이 있관데                      시장에만 있다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2017년 7월 31일 월요일 / VOL.156                                                                                   광고         19






            자욱한 하얀 연기보다


            더 하얗게 쏟아지던


            우리 어릴 적 추억의 ‘뻥튀기’






              어릴 적 시장이나 학교 앞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뻥튀기 아저씨,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뻥이요’ 소리를 기다리거나 혹은 두려워했던 기억은 아름답
            고 소중하다. 다음, 이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풍경으로 꾸준하기를

            바란다. 뻥튀기 옆에서 망 사이로 삐져나온 알갱이들을 주워 먹던 아이가
            할머니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동안 그 풍경도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뻥
            튀기 주변을 감도는 분위기와 정서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뻥튀기의 정서, 명절과 오버랩 되는                        뻥을 터트리기 직전의 두려움을 가장한 설렘 같                 연뿌리, 둥굴레, 돼지감자, 무말랭이, 현미 등 차
            소중했던 간식                                    은 뻥튀기의 정서는 퇴색하지 않았다.                      로 우려내어 먹는 것들이나 웰빙을 내세우고 유
                                                                                                 행하는 아이템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뻥튀기’라는 표현은 사회, 경제 기사에서               뻥튀기는 정말 사라질까?                             심지어 말린 생선을 튀겨내기도 한다. 덕분
            더 많이 보게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뻥튀기를 일                 오히려 새롭게 도래할 전성기                           에 뻥튀기 기계 앞에 놓인 튀길 것들을 담아

            컫는 표현은 참 다양하고 정겹다. 튀밥은 전라도,                                                          두는 깡통의 종류가 훨씬 많아졌다. 새로운 튀길
            박상은 경상도, 깡토배기는 강원도, 광밥은 특별                   뻥튀기의 정서는 퇴색하지 않았을지언정 그 수                것들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는 전통적인 튀길 것
            히 강릉... 희한하게도 지역별 사투리로 시작된                 요는 확실히 줄었다. 언제부터 먹었는지 명확한                 들이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으며 세계 시장에서
            뻥튀기의 다른 이름들은 전국구 별칭이 되었다.                  기록은 없지만 1946년 경향신문에 실린 그림과                도 극찬으로 인정받고 있는 환상적인 맛을 진지
            희한한 것이 또 있는데 명절을 2, 3주 앞두고 전               1950년대 소설 등에서 뻥튀기에 대한 언급을 발               하게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이다.
            국 모든 뻥튀기 기계들이 일제히 바빠진다는 점                  견할 수 있다.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뻥튀기는
            이다. 강정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기가 주춤하기 시작했                무결점 곡물 간식 뻥튀기가 나아가야 할
            뻥튀기이기 때문이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예전만                  다. 해방 이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 곡식으               바람직하고 밝은 미래, 회귀와 진화
            해도 명절이면 뻥튀기 기계들이 밤을 새워 돌아                  로 과자를 만드는 것은 사치였다. 고급 간식에 속

            가는 게 당연했다. 뻥! 뻥! 뻥튀기 튀기는 소리가               했던 뻥튀기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구호물품                   소비자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리를 내
            요란하게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슬슬 명절 분위                  으로 들어오던 옥수수 씨앗 덕분에 서민들의 간                 어주고 추억 속으로 후퇴한 뻥튀기가 소득 수준
            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나무를 땔감으로 넣고                  식이 되었고,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다 사람들               과 더불어 먹거리에 대한 인식의 수준도 함께 높
                 손으로 돌리던 것을 가스와 자동 벨트가 대               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아이들은 예쁜 포장                 아진 오늘날의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간식으
                 신하고, “뻥이요” 소리 대신 호루라기가 등              속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을 지닌 과자들에 빠져                 로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과
                장하고, 시장마다 몇 집씩 있던 뻥튀기집이                들었다. 이제는 감성을 자극하는 추억의 과자로                 자와 비교해 일단 주재료가 곡물인 뻥튀기는 웰
            장날에나 볼 수 있는 귀한 풍경이 되어버렸지만                  머무르게 된 뻥튀기는 정말 사라질까? 오히려 새                빙 간식이란 인식을 갖게 한다. 그러나 마트 등에

                                                       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서 판매되는 뻥튀기는 맛을 내기 위해 당분, 염
                                                                                                 분, 화학첨가제 등을 넣고, 상품화하기 위해 방
                                                       풍미가 있으면서도 바삭한 느낌이 나지만                     부제를 쓰기도 한다. 게다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어느새 입안에서 녹아 사라지는,                         대부분 수입산 곡물을 사용한다. 내 아이에게도
                                                       결코 포만감을 주지 않는 환상적인 맛                      먹일 수 있는 완벽한 웰빙 간식을 원한다면 결국
                                                                                                 은 믿을 수 있는 국산 곡물을 들고 뻥튀기 아저씨
                                                         다소 과장된 듯 낯이 간지러운 이 표                    를 찾아가야 한다. 무당, 무염, 무첨가제의 순수
                                                       현은 억지로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맨                    한 무결점 곡물 간식이 내 눈앞에서 만들어지는
                                                       해튼에서 열린 60년 전통의 국제 식품 박람회 ‘팬              것을 직접 보아야 한다. 까다롭게 진화하는 소비

                                                       시푸드쇼’(Fancy Food Show)에서 유명 셰프 제          자의 요구는 전통시장 뻥튀기로의 회귀로 이어진
                                                       이 와인스타인이 한 말이다. 뻥튀기는 그야말로                 다. 뻥! 뻥! 요란하게 터지는 뻥튀기 소리가 흥겹
                                                       온갖 것, 무엇이든 튀겨주는 기계이다. 옥수수,                게 되살아나고, 국민의 건강과 입맛을 모두 업그
                                                       쌀, 찐쌀, 가래떡 말린 것, 누룽지, 보리, 땅콩, 검           레이드할 수 있는 진화된 뻥튀기 시장의 도약이
                                                       은콩, 흰콩 등이 오래전부터 튀겨온 전통적인 아                우리 전통시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템이라면 요즘에는 우엉, 여주, 두충, 오가피,                                              서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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