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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방방곡곡 장터거리  살아있는 오일장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 VOL.157  살아있는 오일장        방방곡곡 장터거리                  25








                                             빌딩숲 뒤에서 열리는 정겨운 오일장



                                             하단오일장





                                             평소엔 상설장·2일과 7일엔 오일장까지 열리는 부산대표시장

                                             편리한 교통·값싸고 신선한 물건·친절한 상인까지 3박자 맞아







                                             오일장이라고 하면 보통 도시화가 덜 된 시골에서 열리는 장으로 생각하기 쉽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닷새마다
                                             열리는 장에 나와 농산물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하는 그런 곳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대부분의 오일장이 그러하다. 그
                                             런데 이곳은 조금 다르다. 아파트와 주택, 그리고 높다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서 닷새 마다 장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부산 1호선 당리역(사하구청)역에 인접한 하단오거리를 중심으로 400여m 길이

                                             의 골목길에서 매 2일, 7일 열리는 ‘하단오일장’이다. 최근에 장터를 터전으로 삼은 젊은 상인부터 한 평생을 장에서 보
                                             낸 상인까지 다양의 이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로 활기가 넘친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어
                                             가고 있는 하단오일장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자.






                                             400여m 골목길을 따라 펼쳐지는 오일장                          당일판매가 원칙…신선하고 저렴한 건 당연


                                               하단오일장의 기원은 18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일장 상인들은 한 달에 여섯 번 장이 열리는 날 이곳
                                             당시에 편찬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기록되어 있는                 을 찾는다. 당일 판매가 가능한 양만큼 물건을 가져와 팔기

                                             하단장이 모태다. 낙동강 하구에서 채취되던 재첩이 주로                  때문에 신선도가 좋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람들도 이
                                             거래되던 하단장은 하구둑이 건설되면서 쇠퇴하고, 하단                   런 매력을 알기 때문에 장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인지 모
                                             오일 상설 시장으로 명맥이 이어졌다. 오일장이 열리는                   르겠다. 양쪽 골목에서 어느 골목으로 먼저 발길을 옮겨야
                                             장터 앞에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골목                  할지 고민을 하던 차에 매대에 놓인 빨간 양동이가 눈에 띈
                                             시장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1960년대 즈음이다. 오랜 역               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달걀이 소복이 담겨있다. 아주머니
                                             사만큼 큰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 골목길에서 펼쳐지는 오                  는 19년째 이 자리에서 달걀을 팔고 있단다. 장날 새벽마
                                             일장에는 사람들과 물건, 그리고 역사가 함께 공존하고                   다 농장에 가서 당일 판매할 양 만큼만 가져와 모든 달걀
                                             있다.                                             이 다 팔리면 그날 장사가 마무리 된다. 달걀 값이 고공행
                                               하단오일장은 상설시장과 오일장을 합쳐 108개 점포에                 진을 하고 있는 요즘에도 알이 굵고 신선한 유정란을 한 판

                                             서 200명의 이상의 상인들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노점                에 7,5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 인기만점
                                             의 수를 더하면 훨씬 숫자가 많아진다. 오일장이 펼쳐지는                 이다. 골목으로 좀 더 들어가니 천연 색소 ‘치자’로 색을 입
                                             날이면 일대 도로는 차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세상의 모                 혀 색깔도 곱고 맛도 고소한 노란 색깔의 먹음직스런 튀김
                                             든 활기가 이곳에 모인 것 같다. 상설시장도 겸하고 있어                 들이 유혹하고, 36년 전통의 족발가게에서는 며느리도 모
                                             평상시에도 부지런한 주부들이 찬거리를 사기 위해 발걸음                  르는 비법으로 족발을 삶아내고 있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을 하고 있지만 장날엔 명지, 다대포, 장림, 괴정, 당리 등              ‘맷돌’로 직접 갈아 만든 ‘콩국’은 줄을 서서 먹어야 할 만큼
                                             사하구 곳곳에서 평균 3,0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명절 대              인기다. 당일 삶고 당일 갈아 만들어 시원하고 신선하다는

                                             목에는 6,000명 이상이 찾는다니 예사 인기가 아니다.                 게 모두가 말하는 매력이다. 이외에도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시장의 인기 요인을 꼽자면 지리적 위치와 좋은 물건, 그               변화를 보이는 채소와 과일, 다양한 생선과 해산물들, 풍성
                                             리고 친절한 상인 세 가지로 압축된다. 부산1호선 당리역과                한 먹거리에 사람들의 활력이 더해져 생동감 넘치는 매력
                                             1~2분 거리에 위치한 교통의 편리성과 값싸고 신선한 각                 으로 부산시민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곳임은 분명하다.
                                             종 채소와 과일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말만 잘하                  하단오일상설시장 한영상 회장은 “우리 시장 상인들 모
                                             면 구입한 것 이상으로 수북이 담아 주는 덤은 시장에서만                 두 항상 친절한 것은 기본이고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팔기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인근에 대형마트가 없다는 것도 하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산을 찾게 되면 우리 시장에 오
                                             단오일상설시장을 찾게 되는 이유가 되겠다.                         셔서 즐거운 추억 쌓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선경 기자


 빨간 양동이에 담아 파는 유정란.  하단오일상설시장의 자랑인 싱싱하고 저렴한 채소.  맷돌로 갈아 만든 고소한 ‘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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