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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방방곡곡 장터거리 지금 ‘시장’하십니까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 VOL.157 지금 ‘시장’하십니까 방방곡곡 장터거리 27
출출함이 몰려올 때 찾게 되는 달콤하고 든든한 주전부리 꽈배기가 반죽이라면, 도넛은 팥소가 생명
시장 꽈배기 집에는 꽈배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꽈배기 집에서 동글동글 자그마
궁극의 시장 꽈배기, 시장 도넛 한 찹쌀 도넛과 큼직한 팥 도넛을 함께 판매한다. 물론 ‘도나스’라는 발음이 훨씬 정겹게 느껴진
다. 팥소가 들어가지 않는 찹쌀 도넛도 있지만, 그래도 ‘도나스’의 생명은 팥소이다. 직접 불려 만
그리고 시장 호떡 든 찹쌀 반죽을 충분히 튀겨 만들면 쫀득한 찹쌀 도넛이 완성하는데, 집집마다 팥소에 개성을 더
해 오리지널리티를 만든다. 팥소에 사용할 소금을 먼저 볶는데, 이 때 건고사리와 함께 볶아 팥
의 텁텁한 맛을 없애거나 팥의 껍질을 제거한 팥물만을 사용하고, 설탕 대신 사과와 곤약쌀로 단
맛과 쫀득함을 배가시키기도 하며, 반죽에 으깬 잣과 대추 우려낸 물을 섞기도 한다. 찹쌀 반죽
스페인의 대표 간식이자 아침 대용으로 애용되는 ‘츄러스’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인 간식이 되었다. 놀이공원 등에서 츄러스를 사
은 밀가루 반죽보다 밀도가 높아 기름에 더 오래 머물러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기에 깨끗하
먹어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먹거리이며, 떨어지는 부스러기 걱정을 덜하며 먹을 수 있는 최적의 길거리 음식이다.
고 좋은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직하고 자신 있는 맛을 내기 위한 정성과 노력을 깨
우리나라 전통시장의 필수 메뉴 꽈배기, 도넛, 호떡도 그러하다. 들고 다니며 먹기에 이보다 더 좋은 간식거리가 있을까. 츄러스 못
닫고 보니 ‘달인’보다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지않은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 대표 길거리 음식으로 세계화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춘 전통시장 대표 먹거리이다.
예나 지금이나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할머니 호떡의 전통
호떡은 겨울에만 먹는 것이 아니다. 요즘 호떡은 개성 있는 속 재료로 진화를 거듭하며 시장 주
전부리의 단골 메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천공항까지 진출한 세계 속의 호떡, 호떡 소에 각종
궁극의 한 수 견과류를 넣은 씨앗호떡이 유명세를 타면서 호떡열풍이 불었다. 겨울에나 볼 수 있었던 호떡집
이 사계절 내내 자리를 잡게 되었고, 시장은 물론 유명 관광지마다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가 등장
했다. 씨앗은 기본 잡채, 고기, 카레… 만두만큼이나 호떡의 속도 다양하고, ‘웰빙 호떡’이라는 이
가리비 관자를 갈아 넣고,
름으로 흑임자, 흑미 등 블랙 푸드로 속을 채우는 것은 물론 반죽에도 이용한다. 또한 반죽에 우
쌀과 옥수수로 만든 전분 물
유와 버터를 넣기도 하는 등 나날이 진화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호떡은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과 계피 물을 섞으면 반죽
지키고 있다. 작은 의자를 앉은 채로 굴리면서 반죽도 만들고, 설탕 속도 만들고, 불판에서 반죽
이 더욱 쫄깃해진다. 단호박
을 구워내기도 하는 할머니가 있는 시장 안의 작은 호떡집 풍경은 어린 시절의 향수와도 같다.
을 넣으면 기분 좋고 자연스
넉넉한 기름에 튀기듯 굽는 호떡도 있고, 기름 한 방울 없이 단정하게 구워내는 호떡도 있다. 어
러운 단맛이 나며, 양배추와
포기할 수 없는 손 반죽과 넉넉한 인심 느 것이든 한 판 가득 올린 호떡을 타지 않게 적당할 때 딱 맞게 뒤집으면서 혹시라도 설탕 속이
양파를 튀겨낸 기름을 사용
꽈배기만큼은 시장꽈배기가 진리 새어 나와 불판 위에서 타기라도 하면 반죽을 조금 떼어 구멍을 메우신다. 그 모습이 어찌나 신
하면 담백함이 배가된다.
기한지 한 판 두 판 호떡이 구워지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본 적이 있다. 그렇게 넋을 놓고 바라보
시장에서 꽈배기 집 앞을 지나가게 되면 일단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꼭 쳐다보게 된다. 후각
는 꼬마 손님의 모습은 지금도 시장 호떡집 앞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고 있다. 진화하는
이 먼저 반하고 나면 이제는 시각의 차례다. 뽀얗고 가지런한 자태로 줄 세워진 반죽들, 커다란 볼에 한
호떡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호떡의 전통이다. 경험과 손맛으로 오차 없이 일정한 맛으로
가득 들어있는 날것의 반죽과 그 반죽을 떼어 내어 공중에서 한 바퀴 휙 돌려 순식간에 모양을 만들어
구워내는 할머니 호떡의 바람직한 진화는 정성과 전통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는 꽈배기 아저씨의 손놀림에 흠칫 놀란 적이 있지 않는가 말이다. 손칼국수 반죽도 기계로 하는 시
서순정 기자
대에 손 반죽을 하고 손으로 모양을 낸다. 찰딱이는 반죽과 날아다니는 반죽을 구경하며 주문한 꽈배
기가 튀겨지고 한 김 식혀 고결하게 하얀 설탕 위를 뒹굴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손에 들어온 꽈배기, 그
맛을 어떻게 설명할까, 설명이 필요 없는 행복한 맛이다. 꽈배기의 꼬임은 모양에서도 재미를 주지만
식감에서는 더 큰 재미를 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꽈배기의 쫄깃한 식감은 손 반죽에서 온다. 기계
반죽은 어떻게 해도 뻣뻣해서 맛을 낼 수가 없다고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꽈배기가 시
장 꽈배기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이유이다. 밀가루, 설탕, 기름 등 재료의 원가는 매년 오르고, 반죽을
일일이 손으로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대단히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꽈배기는 보통
4개에 천 원에 팔린다. 천 원에 12개씩 팔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오히려 서운하다는 말씀에서 넉넉한 인
심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 마음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천 원짜리 한 장에도 푸짐하게 담아올 수
있는 시장 꽈배기이다. 식어도 느끼하지 않고 맛있는 것이 시장 꽈배기의 진가이니 한 번 들를 때마다
왕창 사오는 것이 진리이다.
독립문 영천시장 못난이꽈배기
독립문 영천시장에는 꽈배기 집이 유난히 많다. 시 천안 중앙시장 작은 노점상으로 시작해 전국
장 진입로에 있는 달인꽈배기를 비롯해 시장 안에도 에 70개가 넘는 지점을 두게 되었다. 밀가루
5곳 정도의 꽈배기 집이 있는데, 예전에는 15곳도 넘 와 찹쌀의 황금비율로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
게 있었다고 한다. 꽈배기의 성지답게 어느 집에서 은 부드럽고 쫄깃한 것이 특징, 카놀라유에 튀
사먹더라도 그 맛은 일품이다. 겨 담백한 맛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