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제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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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객주장터              시장의 사람들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 VOL.157                                                    다른 나라 시장                 객주장터             31






            “쇠의 생명을 깨우는



             장인의 숨결”



             삼화대장간


             야장 김명일 선생







                                                                                                                                                                파머스 마켓의



                                                                                                                                                                긍정적인 역할과 책임의 가치


                                                                                                                                                                캐나다 몬트리올의


                                                                                                                                                                마르쉐 장-딸롱                         (Marché Jean-Talon)







                                                                                                   평생 대장장이로 살아온 김명일 야장이 쇠를 두드리고 있다. 김가희 기자                      20세기 초 작은 오두막 하나에               틀을 가진 곳으로 성장했다. 미국 워싱           롱 시장이기에 여름이면 전 세계 관광객          어가고 있는 것처럼 지역 농산물을 소비
                                                                                                                                                                서 시작하여 북미 최대의 시장이               턴 주 시애틀에 위치한 파이크 플레이            이 모여들어 시장의 다양성은 더욱 풍성          하는 것이 수입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과
            ‘탕탕’ 벌겋게 달아오른 쇠를                달군 쇳덩어리로 도구를 만드는 좀처             칼은 물론이고 괭이, 쇠스랑과 긁개             장 사이에 공설시장까지 더해져 장날                                 되기까지                            스 마켓(Pike Place Market)보다 두 배   해진다. 지역주민들에게도 지역에서 생           비교해 가격적으로 불리한 측면도 있다.
            두드리는 소리가 장터의 일상                 럼 보기 힘든 모습에서 ‘장인’이라는            같은 농사 도구부터 문고리, 화로 같            이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나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장-딸롱 시           산되는 농산물을 믿고 살 수 있는 거대          이에 장-딸롱 시장은 지역 구성원들과
            을 깨운다                           호칭이 붙는 까닭을 알 수 있다.              은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장-딸롱 시장이 위치한 몬트리올              장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성장과             한 규모의 시장이 있다는 것은 든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공동체를 형성하

                                                                              우수한 철을 비교해보라는 의미에              “대장간은 늘 불을 다루고 있으니까                                은 캐나다 퀘벡 지방에 속한다. 영어            확장을 거듭하는 동안 지역 공동체와             뿌듯한 일이다. 농산물만이 아니다. 세계         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
              충주 무학시장 초입에 자리한 삼화             “암만 좋은 쇠도 불에 넣으면 죽어.           서 수입산을 같이 진열해 놓았다. 손            불 화(火)자가 들어가고, 그 불을 막                               가 압도적인 북미에서 불어 문화가 강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시장이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국          서 소비하는 것의 장점을 설명하고 권장
            대장간. 60년 넘게 망치를 놓지 않은           그놈을 살리기 위해선 쇠의 성질을              님은  적어도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대기 3개가 삼발이처럼 버티고 서 있                                세를 보이는 곳,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           라는 공간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있다.            적 식당들과 거대 체인점, 각종 수입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소비를
            무형문화재(충북 무형문화재 13호) 야           알고 다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장인의 고집과 제품에 대한 자부심              으면 위험하지도 않고, 쓰러지지도                                  럽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다문화가 흥                                            주방기구 판매점 등도 상당한 규모로 모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맞는 소비
            장 김명일(78) 선생의 작업장이다. 20                                         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먼 길도 마다            않고 좋잖아. 그래서 삼화철공소라고                                 미롭게 뒤섞여 있는 곳이다. 이런 지            다국적 다문화와 지역 농산물의                여 있다. 이탈리아계, 프랑스계를 중심으         를 하도록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생
            평 남짓한 공간에 낫, 호미, 갈고리,  노련한 대장장이의 손을 거치                          하지 않고 찾아오는 단골의 발길이              처음에 그렇게 이름 붙였지”                                     역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장-딸             생산적인 조화가 만들어내는 컬                로 한 유럽,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산물의 공급량을 조절하고 유지하는 것
            집게 등 철로 만든 도구가 세월의 더            면서 쇳조각은 하나 둘 호미로,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롱 시장 역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           러풀한 에너지                         그리고 비교적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시          과 같은 노력 덕분에 몬트리올 시 전체
            께만큼 켜켜이 쌓여있다.                   낫으로 태어난다                          화덕에서 달군 쇠를 꺼내어 메질에  김명일 장인은 ‘삼화’라는 이름                                             재하는 다채로운 매력이 넘치는 곳이                                             아계 이민자들까지 장-딸롱 시장은 다           에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의 가치에
              대장간을 뜻하는 한자 풀무 야(冶),                                          열중하는 모습이 뜨거운 열기를 압도             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 시장의 이름부터 불어다. 이는 누            장-딸롱 시장은 기본적으로 상설시장            양한 피부색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 다          대한 인식이 새롭게 형성되었다. 이는

            장인을 뜻하는 장(匠)이 합쳐진 야장            정갈하게 잘 정돈된 대장간의 모습.             하는 듯하다.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                                                                벨-프랑스(초기 프랑스 이민자들이 정            이다. 그러나 시장이 가장 빛나는 시기           양한 언어와 문화가 생산적인 조화를 이          도시의 지역 공동체를 재생하는 일이다.
            은 우리말로 대장장이다.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제품들도 종류별로 가지런              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             삼화대장간은  사라져가는  옛  풍경                                착하던 캐나다 지역을 부르던 이름)             는 5월에서 10월까지 300여 개의 노점         뤄내는 곳이다.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체적인 사업으로 지역의 셰프들을 고
                                                    히 분류돼 있으며, 화덕 주         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는 한 시구           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충주 전                                 의 유명한 감독관 이름에서 따온 것이            에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 열릴   컬러풀한 에너지는 긍정적이고 이상적            무시켜 지역 농산물로 만든 음식 메뉴를
                                                      변도 말끔하다. 선천적          처럼 김명일씨는 철을 두드릴 땐 땀             통시장의 명소다. 불과 쇠, 땀과 함께                               다. 또 시장이 위치한 지역은 ‘리틀 이          때이다. 북미의 혹독한 겨울 추위가 지           인 활력의 전형을 보여준다.                구성하게 하였다.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으로 깔끔한 성격이 몸         을 흘리지 않는다고 한다. 정작 밥을            한 65년의 세월. 값싼 중국산을 찾거                               탈리아’라고 불리던 이탈리아계 이민자            나가고 날씨가 풀리면 몬트리올 시 주변                                          식재료를 지역의 셰프들이 식당의 메뉴
                                                        에 밴 대장간 주인장         먹을 때 땀을 흘려도 이 순간만큼은             나 기계화로 인해 손님들의 발걸음                                  들의 거주 지역이었다. 시장의 시작부            시골의 농부들은 농사지은 상품들을 들            지역 사회와의 유기적인 협력과               로 재탄생시키고, 지역민들은 시장에서
                                                         을 닮은 듯하다.          초집중하는 장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곳                                 터가 다국적 다문화를 바탕에 두고 있            고 장-딸롱 마켓으로 모여든다. 고기, 생         순환하는 교육을 통해 미래를                와 다른 방식으로 전시된 지역의 농산물

                                                           요즘은 공장 기계        발휘한다.                           만 찾는 사람들이 있어 김명일 야장                                 었던 것이다. 1931년 ‘샬레(chalet, 오두    선, 치즈, 향신료, 채소, 과일, 꽃, 빵, 주     꿈꾸다                            을 또 다른 형태로 소비하게 되는 셈이
                                                         를 통해 몇 분 만에          대장간에 오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은 오늘도 쇠를 두드린다. 지금의 새                                막)’라 불리던 작은 건물 주변에서 채소          류 등 지역의 농산품들이 거대한 시장에                                          다. 이러한 과정은 일종의 순환하는 교
                                                         수십 개씩 물건들이         망치질 체험도 하고, 앙증맞은 호미             터전으로 옮겨온 지 7년째. 쇠의 진가                               와 소고기, 닭고기 등이 사고팔렸던 비           다양하게 차려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장             파머스 마켓을 통해 지역 농산물을 소          육이다. 장-딸롱 시장이 몬트리올 지역
                                                         쏟아지지만  삼화대         를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 또한 큰             를 알아주는 이가 있기에 그는 희망                                 공식적인 시장의 시작 이후 현재에 이            관이다. 산처럼 쌓여 있는 알록달록 과           비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건강을 향상시           사회에 행사하는 영향력인 동시에 책임
                                                         장간에 똑같은 물건         즐거움이다.                          의 담금질을 멈추지 않는다. 매일 새                                르기까지 장-딸롱 시장은 끊임없이 성            일과 채소들은 예술 작품을 보는 듯 아           키고 환경적인 측면에도 기여하는 바가           이고 역할이다. 장-딸롱 시장이 80년이
                                                         은 없다. 모두 하나         삼화대장간과 함께 자유시장, 공설             것으로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평생 불                                 장하고 확장되어왔다. 20세기 초반 도           름답다. 장-딸롱 시장은 관광객과 지역           크다. 그러하기에 시장 자체의 존재보다          넘은 시간 동안 확장해온 것은 시장의
                                                         하나 손으로 제작한         시장, 무학시장이 이어져 있는 달천             과 겨루며, 정겨운 망치질 소리에 추                                시 주변부의 저개발지역에서 작은 오             주민 모두에게 존재감이 뚜렷하다. 다양           시장이 구현하고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규모만이 아니다. 지역 사회와 함께 성
                                                        작품이기  때문이다.         변은 장터 나들이하기에 그만이다.              억을 담은 채 묵묵히 명인의 길을 가                                두막 건물 하나로 시작한 소박한 시장            한 문화가 어우러져 관광지로도 인기가            미래의 가치가 장-딸롱 시장의 가장 큰          장해야 할 미래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시
                                                       작고 허름한 대장간 안         의류상과 잡화상이 주를 이루는 자유             고 있다.                                               이 지금은 도시의 거대한 블록을 차지            많은 몬트리올에서 다국적 다문화를 가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값싼 중국 농          장을 바람직하게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

                                                      에는 호미며 엿가위, 낫,        시장과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무학시                                 최규열 기자                          하며 북미 최대 전통시장이라는 타이             장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장-딸          산물에 떠밀려 우리 농산물이 자리를 잃          이다.                             서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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