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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장터에 고하다                 더불어 시장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2017년 8월 28일 월요일 / VOL.157                                                  시장 사람들               장터에 고하다                09





            광주 말바우시장


                            도심 속 파머스 마켓, 공존에 공존을 더한다






              말바우시장은 이름에 얽힌 유래부터 범상치 않은 곳이다. 임진왜란 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고자 백성들이 스스로 만든 군대인 의병이 있었다. 그 중 전라도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킨 김덕령장군이 말을 훈련할 때 말이 도착한 장소가 지금의 말바우시장으로, 당시 그 말이 내디딘 말발굽 모양이 찍힌 바위를 말바우(말바

            위의 사투리)라고 불렀고,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말바우시장이라 부르게 되었다. 2, 7일 오일장과 4, 9일 오일장이 공존하고, 상설장과 오일장이 공존한
            다. 열흘 가운데 나흘이나 오일장이 서는 셈인데, 장날마다 열리는 노점상의 규모는 상설장의 2배 가까이나 된다. 공존에 공존을 더하며 활발하게 살아 숨 쉬는 말
            바우시장에서 이상적인 상생의 패러다임을 발견한다.




            대한민국 대표 감성 시장! 어매               사투리가 난무하는 할머니 장터
            의 정(情)                          골목의 절정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말바우               말바우시장에는 상설점포만 500
            시장은 지금도 충분히 특색 있고 재             여 개, 장이 서는 날은 900여 점포가
            미있는 시장인데, 전통과 문화가 살             자리를 잡는다. 규모가 상당히 큰 볼
            아 숨 쉬고 감성과 관광이 어우러진             거리가 많은 시장인 만큼 웬만한 상

            시장으로 더욱 새롭게 거듭날 예정              점은 다 들어서있고, 덕분에 더운 날
            이다. 지역 고유자원과 전통시장이              씨에도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은 북
            함께 어우러진 ‘감성과 매력이 넘치             적인다. 시끌벅적 온갖 소리와 여기
            는 말바우시장 조성’을 위한 문화관             저기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정신
                                                                                                직접 기르고 수확한 농산물을 손질하는 손길이 정겨운 말바우시장. 조홍래 기자
            광형 시장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시             이 들락날락 하는 것만 같다. 길을 잃
            장 상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매의             지 않으려 도로를 따라 줄을 선 파라            로 자리를 잡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             성격이 전통적인 시장과는 조금 다
            정(情)’을 강조한 콘텐츠로 고객들과            솔을 이정표 삼아 걷다보면 좁은 골             었지만 다 바람에 날려 잊어버리셨              르다. 춘추마켓시대라는 말이 있을

            의 소통 및 접점을 확대해 나가는 감            목길에까지 다다른다. 이른바 ‘할머             다는 세월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             정도로 종류도 다양한 마켓들이 전
            성적 휴먼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니 장터골목’이다. 삭막한 시멘트벽             함으로 전해진다. 직접 농사지은 물             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도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             마저도 운치 있어 보이게 하는 것은             건을 들고 나와서 장사를 하시는 할             심 속 파머스 마켓이 지향하는 이상
            씨에 찾은 말바우시장에서는 상인들              골목을 점령하고 바닥에 쭈그려 앉              머니들은 온갖 나물과 채소, 약초들             향은 간단하고도 분명하다. 도시와
            도 손님들도 마음이 급해진다. “다 해           은 할머니들과 소쿠리 속 농산물이              을 들고 나오신다. 고사리를 한가득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서 천원”을 외치는 할머니들의 정겨             다. “아따 겁나 덥구마이”, “싸게 해          들고 나오신 할머니는 “읍는 것이 읍            효율적이며 재미있는 시장이다. 생
            운 목소리에는 바쁜 마음을 붙잡는              주께 싹 다 가져가쇼” 하는 할머니들            제. 다 시골서 들고 나오기 따믄에”            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유통거품을 빼
            ‘어매의 정’이 녹아있다. 이것은 말바           의 사투리와 웃음소리까지 더해지면              하시며 시장에 나오면 여러 사람 모             고 농부가 직접 물건을 들고 나와 팔
            우시장을 대표하는 감성이다.                 할머니 장터골목의 분위기는 절정에              여서 일 하는 게 재미있다고 하신다.            면서 신선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

                                            이른다.                            장사가 잘 안 되는 날에도 재밌긴 하            으로 제안하는 직거래 형태의 파머
                                                                            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갔             스 마켓은 소량 생산 농가에게 더없
                                            할머니 농부가 길러내는 삶의                 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어쩌면 당연              이 적합하다. 일반적인 유통시장에
                                            계절을 기억하며                        한 것이다. 최근 젊은 사람들은 ‘내가           끼어들기가 어려운 다품종 소량 생
                                                                            무엇을 먹는지 알게 되는 것’에 의미            산 농가도 안정적인 판매처를 갖게
                                              할머니 장터골목의 진가는 분위기             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             되고, 이는 젊은 농부들의 유입을 활
                                            가 아니다. 담양, 곡성, 장성, 화순,          과 라이프 스타일에 절묘하게 맞아              성화시킨다. 또한 고령화된 농촌에

                                            순창 등 광주 인근에서 직접 기르고             떨어지는 것이 말바우시장의 할머니              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젊
                                            수확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파는              장터골목의 먹거리들이다.                   은 세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통적인 직거래장이라는 것이야말                                               농작물을 재배하는 등 열정적인 농
                                            로 할머니 장터골목의 진정한 가치              춘추마켓시대, 상생의 창으로서의               부들을 중심으로 도시와 농촌, 특히
                                            이다. 30년, 4~50년, 할머니들의 역         진정한 파머스 마켓을 지향하다                지역적 자원을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사는 화려하다. 뒤쪽으로 자동차학                                              상생의 창으로 기능하는 진정한 파
                                            원과 포도밭이 있던 시절, 몇 십 원어             이름에서부터 시골스러운 정취               머스 마켓이 늘어나길 바란다.
                                            치를 봉지에 담아 팔던 시절부터 이             를 뿜어내는 파머스 마켓(Farmer’s                              서순정 기자
                                            자리를 지켜 오신 분들이다. 정식으             market, 농부의 시장)은 주로 북미

                                            로 허가를 받고 ‘할머니 장터골목’으            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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