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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31일 월요일 / VOL.156 다른 나라 시장 객주장터 31
매일 아침 대규모
참치 경매가 벌어지는
도쿄 쓰키지 시장
도쿄의 아침을 여는 400년 전통의 쓰키지시장 로 참치를 해체하는 사진이 세계 여러 신문을 장식 식당이든, 심지어 가정집의 부엌까지도 먹을 것과 관
했다. 세계 참치의 70%를 소비하는 일본에서 쓰키 련된 장소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혼밥이 일상화
도쿄 돔의 7배, 노량진수산시장의 3배. 쓰키지시장
지시장의 참치 경매는 화제성을 가진 뉴스가 아니 되면서 도시의 먹거리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데 세
의 규모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유이다. 도
라 일상이다. 새벽 3시, 쓰키지시장은 대낮처럼 불 계적인 메트로폴리탄 도쿄, 그 중에서도 긴자와 마루
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 막부 건설로 현재의 도쿄의
을 밝힌다. 새벽 5시에 시작하는 경매 준비 때문이 노우치가 지척인 쓰키지시장에 넘쳐나는 에너지는 독
기초를 만들었는데, 쓰키지의 역사에도 도쿠가와 이에
다. 경매가 시작되면 극도의 긴박감이 돌다가 두어 특한 경험이고 감동이다.
야스가 등장한다. 400여 년 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시간이 지나면 이완되기를 매일 아침 반복한다. 경
막부 건설 초기 식량 공급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로
매를 통해 물건이 거래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종의 사요나라 쓰키지? 도심 속 대규모 수산시장
오사카 어부들에게 생선을 헌납하게 했다. 당시 어부
문화를 담당하는 것이다. 사람만 한 냉동 참치 수백 의 미래
들이 헌납하고 남은 생선들을 니혼바시 근처에서 팔기
수천 마리가 장내시장의 바닥을 메우고 전문가가
시작했는데, 이것이 쓰키지시장의 모태이다. 이후 오 최근 일본에서 ‘고이케 극장’이라는 말을 탄생시키
아니면 알 수 없는 시스템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광
사카의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구입하는 돈야(중개 매매 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정치인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
경을 경험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새벽잠
업자), 돈야에게 생선을 구입하는 도매인, 도매인에게 도지사가 쥐고 흔들었던 주요 이슈가 도쿄올림픽 예산
을 설치고 복잡한 시장 통로에 불편하게 서있는 일
생선을 구입하는 소매상, 소매상에게 생선을 사는 일 과 쓰키지시장의 이전 문제이다. 지난해 취임한 후 쓰
을 감내한다. 쓰키지에서 열리는 참치 경매가 가지
반 소비자의 시장 구조가 정착했다. 1923년 간토 대지 키지시장 이전 대상 부지인 도요스 지역의 환경오염
는 의미를 짐작하게 하는 현상이다.
진으로 니혼바시 시장이 사라지고, 1935년 지금의 쓰 문제를 제기하면서 환경 이슈에 예민한 도쿄 도민들의
키지에 자리잡게 되었다. 쓰키지시장을 위에서 내려다 마음을 얻었고, 반발하는 상인들에 대한 끈질긴 설득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는 곳
보면 부채꼴로 휘어져 둥글게 배치되어 있는데, 열차 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
로 수산물을 운반하던 시절의 흔적으로, 철도 선로를 참치 경매를 보지 않더라도 이른 새벽 쓰키지를 찾 더니, 도요스와 쓰키지를 양립시켜야 한다는 명분하에
따라 시장 건물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운송 아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참치 경매를 비롯한 다시 이전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수단도 바뀌고 역도 사라졌지만 쓰키지시장의 모습에 도매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장내’라 부르는데, 이 정치적 포퓰리즘에 어떤 식으로 이용되든지 간에 쓰키
는 에도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그대로 와 함께 ‘장외’라 불리는 상가 역시 엄청난 규모로 형 지의 상인들과 쓰키지를 아끼는 도쿄 주민들에게 중요
반영되어 있다. 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외시장은 장내시장을 상대 한 것은 쓰키지시장의 역사와 상징성의 유지와 보존이
로 형성되기 시작했으나 지금은 일반인을 상대로 하 다. 우리나라의 노량진수산시장 역시 현대화된 새로운
매일 아침 열리는 세계 최대 참치 경매의 는 소매상과 관광객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식당들로 시장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좁아지
진풍경 항상 붐비는 곳이다. 제일 유명한 것은 쓰키지의 신선 는 공간과 높아지는 임대료, 매력과 활기를 잃어가는
한 생선들을 그대로 활용하는 스시집들이다. 참치 경 것… 도심 속 전통시장의 현대화에 공통적으로 발생하
쓰키지시장의 새해 첫 참치 경매 최고가는 매년
매가 한창인 새벽부터 줄을 서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는 문제점이다. 상인들과 관련기관만의 싸움이 아니다.
신문에 대서특필된다. 올해 최고가는 7420만 엔(약
하는 집도 있다. 서서 먹는 라멘집, 타마고야키(일본식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이슈가 되게 해서도 안될 것이
7억 5천만 원)으로 아오모리산 212kg짜리 참다랑
계란말이)도 유명하고, 홋카이도에서나 먹을 수 있을 다. 시장은 상인들의 삶의 터전인 동시에 우리 모두가
어, 낙찰을 받은 기무라 기요시(스시점 운영) 긴 칼
법한 남다른 카이센동(해산물덮밥)도 있다. 시장이든 지켜내야 할 유산이다. 서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