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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객주장터              시장의 사람들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전통시장의 기록을


            남기고, 알리고,


            설명해주는 사람,



            이희준






            2013년 7월 1일, 전통시장 도슨트 제1호의 탄생

              평범한 목요일 저녁, 상암 MBC의 한 카페에서 방송
            을 마치고 나온 이희준 씨를 만났다. 알고 보니 그가 1
            년이나 해온 생방송 TV 프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촬영
            한 날이었다.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마무리 짓
            는 날은 특별한 날이다. 2013년 7월 1일은 그가 ‘전통
            시장 도슨트’라는 타이틀을 처음으로 사용한 날이다.
            사람냄새 진동하는 전통시장과 갤러리나 박물관에나

            있는 도슨트(Docent, 해설사, 안내사)라니, 신선하면서
            도 의미가 있는 조합이다.



                                                                   진화하는 타이틀,                     바람은 전통시장의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사명감이
                                                                   전통시장 도슨트+참기름소믈                되었고, 시장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

                                                                   리에+시장을 기록하는 작가                에 직접 뛰어들게 했다. ‘조선의 시장’이라는 책은 그
                                                                                                 가 일본 도쿄의 간다 고서점가를 뒤지고 뒤져 찾아
                                                                    전통시장에 미쳐 전국을 누비기
                                                                                                 낸 소중한 자료이다. 1000개가 넘는 시장 가운데 지
                                                                   시작한지 5년, 발로 뛰며 모은 그만
                                                                                                 금까지 834곳의 시장을 기록한 이희준 씨는 철학 있
                                                                   의 데이터베이스를 통계학적으로 분
                                                                                                 는 상인들은 전통시장의 독보적인 전문성이라고 강
                                                                   석했다(통계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조한다. 철학 있는 상인이 한 두 분이라도 있는 시장
                                                                   문과생이었던 그의 선택은 회계학).
                                                                                                 은 도태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
                                                                   그 결과가 지목하는 것은 시장의 처
                                                                                                 서 마지막으로 그가 한 말은 상인들께 드리는 당부
                                                                   음과 끝이 방앗간이라는 것이었고,
                                                                                                 였다. “기록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딱 하루, 그날
                                                                   참기름이 신뢰를 회복하면 전통시장
                                                                                                 단 하루라도 본인의 하루를 기록하시는 것, 개인의
                                                                   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기록이 시장의 역사, 시장의 내일을 위해 가장 중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시장에 가서 할                     2016년 ‘참기름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추가하고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머니들과 이야기 하는 걸 좋아했던 대학생,                    프리미엄 참기름을 파는 일종의 편집샵 형태인 ‘청
                                                                                                                                서순정 기자
            시장에 꽂히고 시장에 미치게 된 이야기                      춘주유소’라는 간판을 구로시장에 내걸었다. 향토문
                                                       화전자대전에 등재된 유서 깊은 방앗간에서 시작된
              시장에 꽂히기 전, 대학 시절 그는 아프리카에 꽂
                                                       구로시장, 그가 구로시장에 둥지를 틀게 된 것 우연
            혔었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는 일은 지
                                                       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기본을 중요시하는 그는 진
            금도 그가 꾸준히 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당시 왜
                                                       짜 국산 참기름을 확보하기 위해 참깨 농사에도 뛰
            한국인으로서 왜 굳이 아프리카 아이들을 후원하는
                                                       어들었고, 3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나름 든든하게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농사를 짓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시장을 기록
            얻고자 찾아간 곳이 서울역이었다. 노숙생활을 하면
                                                       한 책을 출간한 작가이기도 하다. 2015년 여름 출간
            서 배가 고파 본능적으로 찾아간 경동시장의 국밥
                                                       한 ‘시장이 두근두근’이라는 두 권의 책에서 45곳의
            집, 그 국밥은 그에게 인생의 국밥이 되었고 그렇게
                                                       시장을 소개했고, 지금도 책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인연을 맺게 된 경동시장의 새벽 풍경을 좋아하게
            됐다. 그곳에서 최상급 식재료를 사러 오는 주방장
                                                       시장의 기록은 역사가 된다
            들(지금은 쉐프라 불리며 방송을 점령한)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레시피와 시장의 상품을 묶어서 배                  시장에 미쳤던 그가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우
            송하는 ‘쿠킷’이라는 사업도 했었다. 그렇게 그는 시              리 시장의 기록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전통시장
            장에 꽂힌 덕후가 되기 시작했다.                         을 해설하는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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