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제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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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장터에 고하다                 더불어 시장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연남동과 동진시장의 감성 충만 아날로그적 동거






                                                                                              변질된 시장은 고독하다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는 날마다 늘어간다. 이에
                                                                                             시장은 문화예술시장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는 등 대
                                                                                             안을 찾기도 하지만 성공적인 변신을 하지 못하는 경
                                                                                             우도 많고, 변질된 시장에서 느끼는 고독감 또한 큰 상
                                                                                             실감으로 돌아온다. 유행처럼 모여들었다가 한꺼번에
                                                                                             빠져나간 사람들의 빈자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시
                                                                                             장은 더욱 외롭다. 변질되고 남겨지게 되어 고독한 시

                                                                                             장이 아닌, 상생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활
                                                                                             기찬 시장들을 찾아간다. 시장 고유의 기능과 정체성
                                                                                             을 더욱 부각하고 발전시키며 공동 활성화에 성공한
                                                                                             시장들이 지켜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연남동 오래된 골목의 고즈넉한 분위기의 근원은 동진시장이다. 방치되어 있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시장을 찾는 발걸음이다. 김도림 기자



            프리마켓? 아니다,                      럽여행을 다녀온 젊은이들 사이에
            플리마켓(벼룩시장)이다!!!                 서 벼룩시장의 낭만과 지혜, 벼룩시
                                            장에서 구한 물건들의 희소한 가치
              최근 젊은 주부들이나 청년들 사             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최근에는 ‘똑
            이에서 플리마켓의 인기가 뜨겁다.              똑한 육아맘’을 중심으로 유아용품
            플리마켓(Flea Market), 우리나라         을 나누는 장으로, 또 개성 있는 수
            말로 바꾸면 그 말 그대로 벼룩시장             공예품이나 집에서 만든 잼, 쳐트니

            이다. 우리말로도 영어로도, 불어              (Chutney), 쿠키 등을 들고 나와 팔
            로도 ‘벼룩, Flea, Puce’, 모두 같은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진시장이 얼마나 오래된 시장인지를 증언하듯 버티고 있는 불조심 표어
            단어를 사용한다. 벼룩시장은 19세
            기 말 프랑스에서 시작됐다는 의견              불불불불조심, 빨간색 표어가                휩쓸리지 않으며 지켜 내야할                동진시장이라는 ‘공간’과의 상생,
            이 지배적이나 전 세계 어느 나라에             뿜어내는 진지한 포스                    ‘정체성’에 관하여                     의미와 과제
            서나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 것으
            로, 벼룩이 나올 만큼 오래된 물건              동진시장은 불과 3, 4년 전까지             번화하다 못해 번잡스런 홍대입구               연남동과 동진시장의 상생은 동
            들을 내다 파는 중고시장이었다. 유             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를 벗어나 상수, 합정이 뜨더니 어느           진시장이라는 ‘공간’에 집중되어 있
                                            메마르고 삭막한 시장이었다. 언              새 연남동이다. 홍대입구역에서 연             다. 이미 버려지고 방치되어 있었던

                                            제 없어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을             희동쪽으로 걸어가는 길에는 지나는             시장의 빈 공간에 다른 형태의 시장
                                            만치 방치되어 있던 시장이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 많다.            을 열어 기능을 이어간다는 것은 바
                                            그렇게 무너져가던 시장을 그대로              최근에는 연트럴파크(경의선숲길)의             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옛날에 생
                                            둔 채 시장의 뒷골목이 변하기 시             싱그러움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이             선을 팔았던 가판대 위에 가죽공예
                                            작했다. ‘불불불불조심’이라고 새             끌려 들어선 골목길은 그야말로 핫             품이 올려지고, 채소가게에는 귀걸
                                            빨갛게 써놓은 표어만 보아도 동              하고 힙한 헤어날 수 없는 늪과 같은           이와 팔찌들이 올려졌다. 물건이 사
                                            진시장이 얼마나 오래된 시장인지              미로다. 저마다의 가치와 존재감으             고 팔리는 공간으로서 명맥을 이어

                                            단번에 알 수 있다. 30년도 더 된           로 연남동 골목길을 채워가는 가게             가고 있다는 가치에 더불어, 과일가
                                            세탁소 앞에 복합 갤러리 플레이              들, 그리고 그 중심에 동진시장이 있           게 옆에서 그 과일로 만든 수제잼과
                                            스 막이 문을 열었고, 간판만 봐서            다. 이 골목에 처음 관심을 가졌던 이          쳐트니를 파는 것과 같이 플랫폼으
                                            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알 수도            들이나 이후 끊임없이 이 골목에 모            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
                                            없을 것 같은 카페들이 줄줄이 생             여드는 이들에게 동진시장은 하나의             다. 역할이 아닌 공간으로 그 의미를
                                            겨났다. 오래된 골목의 고즈넉한              커다란 기둥이고 뿌리다. 동진시장             이어가는 동진시장의 사례를 오래
                                            정취는 그 분위기에 이끌려 모여              은 연남동의 정체성 그 자체이다.             된 시장의 가치를 되짚어보는 계기
                                            들고 둥지를 튼 청춘들에 의해 독              오래되고 낡은 것이 가진 범접할 수           로 삼아, 공간은 물론 그 역할까지도

            생선과 과일을 팔던 자리에 개성 있는 수공예품들이 올   특하고 개성 넘치는 아날로그 감              없는 가치, 그 아우라는 공간에 고스           이어가는 시장의 모습을 꾸준히 볼
            려 진다. 물건이 사고 팔리는 공간으로서의 시장의 생
            명력이 이어지고 있다.                    성으로 재탄생했다.                     란히 남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수 있기를 바란다.           서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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