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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 장터에 무엇이 있관데                      엄마의 부엌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서울 광진구


            자양골목시장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은 전국적으로 1,500개가 넘는
            데,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그 숫자에 있어서만
            큼은 뒤지지 않는 규모로 대단히 독특한 문화다. 시
            장의 기본적인 조건에 들어가는 ‘근린’을 충족시키기
            에 충분한 수치인 것이다. 집 앞 골목에 괜찮은 전통

            시장이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조건이다. 저녁 찬거리
            를 사기 위해 찾는 동네시장, 엄마의 부엌이 되고 우
            리 집 식탁이 되는 친근한 집 앞 골목시장은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지켜내고 싶고, 지켜내어
            야 할 소중한 역사이다. 대형 마트에 이어 슈퍼슈퍼
            마켓(SSM)이 동네상권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요즘,
            살아남은 동네시장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다.
                                                       자양골목시장은 최악의 입지조건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김도림 기자



              3대 마트와 백화점에 둘러싸인 최악의 입지                  의 상인들은 줄어든 매출의 이유를 대형 마트의                 당치도 않을 것 같은 이 싸움에서 다윗이 골리앗
            조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감소의 원인을                    오픈이 아닌 불황에서 찾고 있다. 자양골목시                  을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지켜내는 성경속의 이야
            불황에서 찾다                                    장 상인들은 피켓을 들고 머리띠를 두르는 대신                 기가 자양골목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 자양
                                                       대형 마트의 장점을 벤치마킹해 시설을 현대화                  골목시장은 이른 시간에도 쇼핑카트를 끌고 나오
              5분 거리에 이마트 자양점과 롯데백화점이                   하고 경영을 선진화하는 작업을 실행했다. 당장                 거나 바구니 달린 자전거를 타고 나와 장을 보는
            들어서 있고, 불과 500m 거리엔 홈플러스익스                 어찌해볼 수 없는 외부 조건을 탓하기보다 모두                 사람들이 많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띈다.
            프레스, 한 정거장 거리인 강변역에는 롯데마                   다 같이 겪고 있는 불황에서 살아남을 방법들을

            트가 들어와 있다. 그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동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하고 있다.
            네시장인 자양골목시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슬기롭게 살아남았다. 대형할인점이  골리앗에 둘러싸여 살아남은 전통시장의 ‘다윗’
            들어서는 지역에서 평균 3~4개의 시장이 문을
            닫는 것을 생각할 때 놀라운 결과다. 이미 옆 시                  2009년에 출간된 ‘태양골목시장’(밀리언하우
            장은 문을 닫았고, 자양골목시장 또한 절체절                   스)의 모델이 된 것이 바로 자양골목시장이다. 대
            명의 위기를 맞아 세 집 중 한 곳은 월세를 내                 형 마트를 물리치고 생존전략을 찾아 매출 신화를
            지 못할 만큼 매출이 계속 떨어졌지만, 가장 절                 이루어낸 태양골목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동네시
            망적인 순간에 자양골목시장 사람들은 포기하                    장과 대형 마트의 경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

            지 않았다. 전통시장이 대형 마트와 SSM과의                  로 비유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큰 창과 방
            경쟁을 사실상 포기하고 이들의 입점 저지에                    패로 무장한 2미터가 넘는 거구인 골리앗에 대항
            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자양골목시장                   하여 작은 돌팔매를 집어 든 양치는 소년 다윗, 가


                                                                                                 보조개가 예쁜 농촌야채 박미숙 사장님.


                                                                                                   마트처럼 아이들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 작은 도서관과 고객쉼터


                                                                                                   도서관이 어떻게 전통시장 안에 꾸며졌을까. 자
                                                                                                 양골목시장 안에는 상인들과 고객이 모두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1층은 카페테리아로 꾸
                                                                                                 며놓은 고객쉼터, 2층은 작은 도서관, 3층은 상인
                                                                                                 과 지역주민의 문화커뮤니티 공간이다. 특히 도서
                                                                                                 관은 규모가 크지 않아도 구석구석 알차게 채워진
                                                                                                 공간이다. 11평 남짓의 공간에는 책장과 책상, 그

                                                                                                 리고 아이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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