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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31일 월요일 / VOL.156                                 차 없이 떠나는 시장여행                      방방곡곡 장터거리                  23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가는 사람들의 통로 역할도 겸하고 있는 태백황지자유시장



                   왜 여름인가, 산소도시 태백의 푸르고 쾌적함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그 바로 옆 태백황지자유시장

                   강원도는 누가 뭐래도 겨울에 가는 곳이 아니던가? 메밀꽃 필 무렵                        태백은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이 있는
                   인 가을이면 또 몰라도 여름이라니. 이 여름 태백을 찾아 나선 발걸                       땅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강 가운데 두 개의 강이 태백에서
                   음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단 강원도는 시원하다. 대부분 지역에서                       발원했다는 이야기다. 놀라우면서도 생소한 사실이다. 그만큼 많이

                   예년보다 일찍 폭염과 열대야가 시작된 가운데 해발 650m의 ‘산소                       알려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
                   도시’ 태백은 서늘하다. 불쾌지수가 ‘매우 높음’ 수준에 도달했고, 전                     지지’ 등에 낙동강의 근원지라는 기록이 있으며 지금도 둘레 100m
                   국은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산소도시 태백은 푸르고 쾌적                         소(沼)에서 하루 5000t의 물이 쏟아져 나오고, 연못 주변은 공원으로
                   하다. 7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는 ‘2017 태백 한강·낙동강 발원지                   조성되었다. 그리고 황지연못의 지척에 태백황지자유시장이 선다.
                   축제’를 개최하고, 8월 7일에서 13일까지는 여름밤 담요를 덮고 영화                     1970년 4월 14일 개설 이래 조국 근대화의 석탄에너지 공급 지역이
                   를 감상하는 쿨시네마 페스티벌도 열린다. 그렇다. 태백에서는 한여                        었던 태백탄전지역에 대한 생필품 공급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

                   름에도 저녁이면 담요를 덮어야 할 정도로 공기가 서늘하다.                            금은 어르신들께서 즐겨 찾는 동네시장이지만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덕분에 통로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비탈길에 펼쳐지는 고랭지 배추밭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화려했던 탄광촌의 흔적은 다양하게 남아있는 실비집



                   여름 태백의 특권, 고랭지 배추밭                                          탄광촌을 추억하며 실비로 먹는 연탄구이 실비집

                   고랭지 배추밭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태백의 특권이다. 매봉산 ‘바                       석탄산업 부흥기에 광부들이 즐겨 먹던 소고기, 돼지고기의 소비는
                   람의 언덕’과 귀네미 마을이 배추밭 풍경은 특별히 아름답다. 매봉산                       대단했다. 탄광촌의 영화를 누렸던 태백 역시 황지자유시장 골목을

                   풍력발전단지는 태백을 대표하는 관광 아이콘인 만큼 태백을 다녀가                         비롯해 연탄구이 한우 식당만 40여 개가 넘는다. 석탄을 캐던 지역
                   는 많은 사람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마을영농회                       답게 연탄불로 굽는다. 된장소면도 별미. 고기를 먹고 나서 멸칫국물
                   에서 외부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 배추밭 풍광을 보려면 약                        로 끓인 된장찌개에 소면을 푹 담가 먹는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간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한다. 한여름 뙤약볕이면 어떠한가. 이                        ‘실비집’이라는 간판이다. 실비는 6·25전쟁 후 서민들을 위한 식당
                   곳은 산소도시 태백이다. 태백의 산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백                       을 일컬었는데 지금은 술과 안주가 동시에 나오는 형태의 술집을 부

                   두대간과 낙동강을 가르는 지리적인 위치는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르는 말로도 쓴다. 유래가 어찌 되었든 태백황지자유시장에서 실비
                   상징적 의미가 더해져 신비감이 더해진다.                                      집, 실비식당이라는 간판을 걸고 연탄구이를 내놓는 집들은 그 간판
                                                                               만으로도 벌써 정겹고 맛있다.
                                                                                                                          박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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