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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그 장터에 무엇이 있관데 시장에만 있다 전국 상인을 위한 종합 정보지 / www.semas.or.kr
한 방울의 참기름, 참기름은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양념이다.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흔하게 사용하는 양념이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만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음식문화이기도 하다. 참기름 냄새로 한국 음식을 정의
그 압도적인 존재감 내리기도 하니 말이다. 계란밥, 간장밥, 간장계란밥, 심지어 간계밥... 불리는 이름은 여러 가지여도 떠
오르는 이미지는 같다. 고슬고슬한 쌀밥에 향긋한 간장, 노른자가 탱글탱글한 반숙 계란 프라이, 그리
고 마지막 순간을 장식하는 것은 또로록 두르는 참기름이다.
5% 국내산 참깨가 빛을 발하는 곳 이런 의미이다. 진짜 참기름이 얼마나 고소한지
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오래전 시장은 방앗간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일수록 모른다.
시작했고, 많은 시장이 도태되고 사라지고 있는
지금, 마지막까지 시장을 지키는 것도 방앗간이 궁극의 한 방울이 필요할 땐
다. 방앗간은 시장의 존폐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시장 방앗간의 프리미엄 참기름
장소이다. 이는 방앗간에서 만들어내는 참기름
의 가치를 방증한다. 시장의 상회가 슈퍼마켓으 참깨 볶는 온도를 270℃에서 170℃로 낮춰
로 바뀌더니, 편의점과 슈퍼슈퍼마켓, 대형마트 참깨가 타면서 생길 수 있는 발암물질을 원천적
까지 합세해 ‘상회’라는 간판마저 생소해진데 반 으로 막을 수 있고, 70℃ 이하의 냉압착이 가능
해, 방앗간의 참기름은 그래도 꿋꿋하게 그 자리 한 착유기를 사용하면 볶지 않은 생참기름도 만
를 지키고 있다. 참기름만큼은 시장의 방앗간에 들 수 있다. 눈앞에서 기름을 짜내는 모습과 범
방앗간? 기름집? 서 짜는 게 더 좋다는 인식이 있다. 사실 공산품 상치 않은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들어온 사람들
소주병에 담아주던 시장 방앗간 참기름 으로 생산되는 값싼 참기름 종류도 여러 가지이 이 기름 짜는 모습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
고, 그 중에는 국산 통깨 참기름이라는 나름의 를 나누기도 한다. 옛 방앗간의 추억이 부활한
신기하고 커다란 기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 프리미엄을 가진 제품들도 있다. 문제는 믿을 수 다. 추억에만 의존하는 감성 마케팅이 아니다.
며 돌아가고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방앗간, 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산 참깨의 자급률은 5% 참을 수 없는 고소한 냄새 외에도 토코페롤, 세
참깨 한 봉지를 들고 가서 줄을 섰다가 그 자리 에 불과하다. 사실상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사몰린 등 산화 방지 성분, 리놀렌산 같은 불포
에서 직접 볶고 짜낸 참기름을 받아와 본 기억 것이다. 5% 참깨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곳은 방 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영양학적으로
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소주병에 담아 앗간과 기름집이다. 우수한 참기름은 마지막 순간 음식의 풍미를 전
팔던 시장 참기름을 기억하는가, 방앗간은 시장 혀 다른 차원으로 격상시켜준다. 그래서 궁극의
의 시그니처다. 방앗간은 대체 무엇을 파는 곳 믿을 수 있는 참깨를 한 방울이 필요한 음식일수록 좋은 참기름을 쓰
일까. 참기름, 들기름을 짜기도 하고, 고춧가루 믿을 수 있는 방앗간에서 뽑아내다 고 싶어진다. 참기름은 시장을 하이엔드 마켓으
를 빻기도 하고, 미숫가루를 만들어주기도 하 로 만들어줄 매력적인 상품이다. 참기름 하나로
고, 떡 방앗간에선 떡도 뽑는다. ‘처녀애들은 기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값싼 중국산 참기름도 싫 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궁극의 참기름
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지만 국산 참기름을 사면서도 중국산이 아닐까 은 ‘메이드 인 시장 방앗간’이라는 인식에 쐐기를
1974년 만해문학상을 받은 신경림의 ‘농무’에 의심하게 되는 것은 더 싫다. 국산 통깨 참기름이 박을 수 있는 것은 결국은 시장이다. 소비자들의
등장하는 표현이다. 기름집은 방앗간과 달리 기 라고 써놓은 참기름들은 과연 진짜일까. 중국산 인식 변화와 함께 시장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더
름만을 짜주는 특성화된 곳이다. 제유소라는 표 이 아닐까, 통깨가 아닌 참깻가루가 아닐까.. 끊 해진다면 우리 음식의 독특한 풍미를 책임지는
현보다 기름집이란 표현이 정겹다. 기름집, 얼 임없는 의심에 지쳤다면 믿을 수 있는 참깨를 들 참기름은 더욱 고소해질 것이다.
음집, 연탄집...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고 방앗간과 기름집을 찾아가는 방법 밖에 없다. 서순정 기자
시장의 간판들이다. 방앗간이 시장의 처음과 끝을 지킨다는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