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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31일 월요일 / VOL.156 나의 시장 방방곡곡 장터거리 21
수원 남문시장편 “상인들이여, 특화(Unique)하라.”
전통시장 도슨트 이희준
수원 남문시장의 역사는 1796년까지 거슬 첫째, 상인들의 기본에 충실한 경영선진화 노력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러 올라간다. 조선의 왕 정조가 우리나라 최 예를 들면, 수원 못골종합시장의 상인들은 이렇게 활성화 되는 수원 못골종합시장은
초의 신도시라 할 수 있는 수원 화성을 축조 내 상점 앞 노란선 지키기를 자발적으로 실천 수원 남문시장의 일부일 뿐이다. 못골종합시
하면서 시장을 함께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하고 매대 높이를 손님들의 허리높이까지 높 장과 이어지는 지동시장을 지나 수원 천변을
수원 남문시장은 화성 팔달문 일대 9개 시장 였다. 매대 높이가 무릎 이상으로 높아지면 청 걸으면 만날 수 있는 도심 속 ‘대장간’과 ‘솜틀
의 연합을 이루게 됐다. 서울 남대문시장, 대 결, 위생 문제 해결과 더불어 매출 상승 효과까 집’은 특화된 상점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수
구 서문시장, 부산 부전시장과 닮은꼴이다. 지 얻을 수 있어 1석 2, 3, 4조의 이득을 상인들 원 안에서, 아니 전국에서도 대장장이를 만나
수원 남문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며 의류를 은 시장과 공유한다. 또한 매일 아침 앞치마를 기가 이제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
주로 취급하는 팔달문 시장과, 한복 장인들을 정갈하게 매고 손님을 맞이하고 판매하는 상 졌다. 시장 안에 대장간이 있으면 그나마 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100여 년 역사의 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고 신상품을 들 역 대장장이들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지만 대
영동시장, 전국 생활형 골목시장을 대표하는 여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장간은 전통시장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더 빠
못골종합시장, 미나리를 파는 채소가게와 방 르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그래서
앗간으로 유명한 미나리광시장, 순대국밥 안 둘째, 상인들의 활발한 동아리 활동 더욱 귀한 공간이며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먹고 지나치면 아쉬움 가득한 지동시장을 비 한다는 자부심은 사장님이 문을 열게 하는 원
전국 대다수 전통시장이 상인들과 지역 주
롯해 구천동 공구시장, 남문로데오시장, 남문 동력이 되고 있다.
민들이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에 열심이다. 시
패션1번가 시장, 시민상가시장까지 9곳이 각 과거엔 많았지만 이제는 손에 꼽을 정도만
장을 단순히 상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이 아닌
각 겹치지 않는 상품 취급으로 특화되며 상생 남아있어 사람들이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상
커뮤니티로 바라보고 이를 촉진한다는 관점
을 통해 동반 성장하고 있다. 수원 남문시장 점이 남문시장 안에는 대장간 말고도 솜틀집
에서 동아리 활동은 매우 장려할 만한 활동이
에 오면 눈과 귀, 코, 입이 쉴 새 없이 즐거운 이 있다. 솜틀 짜는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
다. 수원 못골종합시장은 상인들이 직접 제작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들이 저마다의 면 가게 안은 온통 솜으로 하얘지고 마치 가게
하고 DJ로 참여하는 ‘못골시장 라디오스타’를
장점을 살려 특화(Unique)되어 있는 것. 전체가 팝콘 기계처럼 솜들이 날아다닌다. 집
통해 상인들을 결집했고, 여성상인들로 구성
9개의 시장 중에서도 대표적인 특화시장은 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 보니 예부터
된 줌마합창단은 이제 시장을 넘어 대외적인
바로 수원 못골종합시장이다. 10여 년 전만해 어머니들은 솜틀집을 찾는 것이 연례행사였
행사에 초대받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도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던 작은 시장이었지 다고 한다. 솜틀 짜는 기계를 처음 봤다는 내
뿐만 아니라 식료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찾
만 지금은 수원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손님 게 사장님은 미소지으며 시연을 보여주셨다.
아오는 지역주민들과 호흡하기 위해 ‘못골 요
이 찾아오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시장 상인들 값진 경험이었다.
리교실’을 열었다.
의 선진지 견학지로도 인기가 높다. 이 시장이 ‘시장을 특화 한다’는 것, ‘상점을 특화 한다’
활성화 된 계기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다. 솜틀집처럼 역
셋째, 상인회장 1인이 아닌 상인 전체의 협동정신
사가 오래된 것이 특화일 수 있고 대장간처럼
결국 시장은 상인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제는 남들이 하지 않는 업종이기에 특화될
그리고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찾아와 시장
수 있다. 또 수원 못골종합시장처럼 1차 식품
을 채워준다. 수원못골종합시장에 들
을 주로 취급하는 골목형시장을 넘어 문화를
어서면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시장으로 특화될 수도 있다. 여
것이 간판 아래 매달려 있는 시장내
기서 중요한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우고
에서 자신의 역할과 관련된 팻말이
자 하는 상인 스스로의 ‘마음가짐’일 것이다.
다. 과일가게 아주머니는 줌마합창
내 상점과 우리 시장이 활성화 됐으면 하는 마
단 소속이고 묵을 쑤는 아저씨는 상
음 말이다. 수원 남문시장의 상인들은 ‘기본’
인회 총무 역할을 맡고 있다. 이 투
에서 시작했다. 매일 아침 앞치마를 조여 매
명함과 상인들간의 협력이 시장 전
고 지역주민들과 호흡하기 위해 동아리를 운
체를 신뢰하게 하고 있다. 못골종
영하고 시장 밖으로 나와 팔달문을 기준으로
합시장은 전형적인 골목형시장으
한 9개의 인근 시장들과 하나의 시장으로 만
로 1975년에 형성돼 상점 개수가
들기 위한 노력들이 전국 1400여개 시장에
80여개 남짓으로 작지만 옆 상인을
귀감이 되고 있다.
배려하는 작은 관심과 배려가 우리
시장을 살릴 수 있다는 협동정신을